어떤 때는 키보드를 두다다다다 치고 싶을 때가 있다. 거기에 맞춰서 소리도 좀 시끄럽게(?) 나면 좋겠고, 그럴 때는 가지고 있는 키보드들 중에서 기계식 키보드를 사용한다. 나는 힘으로 키보드를 때리고 키보드는 적당한 키앞으로 손가락을 튕겨 내준다. 한참을 이렇게 계속 키보드를 두드리고 싶다.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아무말이나 계속 입력하면서, 키보드를 입력하다 보면 키보드로 입려되는 내용은 관심이 없고, 다만 손끝에 느껴지는 감각에 집중하게 되고, 글의 내용은 어떻게 되었던, 계속 두드릴 수 있기만 하다면 적어간다. 그러다가 언젠간 아무 생각없이 두드릴 것도 없이 멈추게 되는 순간이 온다. 잠시라도, 그런 순간이 오게 되면 생각한다. 이제는 뭘 입력할까? 키보드를 이렇게 계속해서 두드리다 보면, 게다가 내용에는, 내용의 연결과 주제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이 쓸데 없는 글을 계속 적다가 보면 언젠가는 내가 뭘하고 있는건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될거라고 생각을 할지 안할지 그걸 내가 어떻게 알수가 있겠냐는 생각을 하다보면 문장은 계속해서 길어지는데, 길어지는 만큼 종잡을 수 없니, 아무 뜻도 없이, 글자만을, 시간만을, 소음만을 계속 쏟아내고 있다. 쏟아 내는 소음은 키보드의 소음인데, 그 소음을 듣지 않고, 나는 음악을 듣고 있다. 그냥 손가락의 감각이 조금 끈적하다. 땀이 나는 걸까? 안으로 약간 움푹 파인 키캡의 느낌. 이 캐킵을 바꿔봐야겠다. 잠시 키캡을 바꾸느라 쉬었다. PBT 키캡으로 바꾸니 끈끈한 느낌이 줄어들었다. 영문자의 키캡만 바꿔봤다. 청축의 소리가 좀더 높아졌다. 사각거리는 소리도 더해진 것 같고, 가벼운 찰칵거리는 소리는 줄었다. 키캡이 좀더 두꺼워서 그런가? ESC 키캡도 빨간 색으로 바꾸고 LED 조명도 좀더 밝게 변경. 다른 키보드가 된것 같은 느낌인데.. 키 입력 소리에 약간 허스키함이 느껴진다. 스걱. 스석. 이 상태로 좀더 써보다가 다시 바꿔보던가. 키보드 4개의 키캡이 여기 저기 섞여 있다. ㅋ.
팔려고 했던 키보드인데, 좀더 사용해보자.